
주식을 보다 보면 거래량만큼 눈에 잘 들어오는 숫자가 없습니다. 평소보다 몇 배가 터진 날은 뭔가 일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거래량은 종목을 찾는 출발점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오래 써온 지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믿지 않고 직접 재봤습니다. 2년 8개월치 데이터를 전부 돌려봤는데, 결과가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재는 방법을 조금 바꿨더니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히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그 과정을 숫자 그대로 적어두겠습니다.
1. 어떻게 재봤나
· 국내 2,640종목 · 일봉 1,573,547봉 (2024년 2월 6일 ~ 2026년 9월 30일)
· 신호가 잡힌 기간: 2024년 3월 12일 ~ 2026년 7월 2일, 28,051건
· 조건: 어느 날 거래량이 직전 20거래일 평균의 3배 이상
· 그 뒤 1·2·3·5·10·20·60거래일 수익률을 모두 추적
· 거래대금 20일 평균 10억원 이상만 (실제로 사고팔 수 있는 종목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과 비교하느냐입니다.
지수와 비교하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지수가 빠진 날은 아무 종목이나 사도 손해고, 지수가 오른 날은 아무 종목이나 사도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같은 날 전체 종목 수익률의 중앙값을 기준선으로 씁니다. "그날 아무 종목이나 하나 집었을 때보다 나았나"를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균이 아니라 중앙값을 봅니다. 평균은 몇 종목의 대박이 전체를 끌어올려서, 실제로 한두 종목만 사는 사람의 경험과 멀어집니다.
2. 거래량 3배가 터진 날
보유기간 / 중앙값 초과 / 승률(기준 대비)
· 5일 — -1.20%p / -3.6%p
· 10일 — -1.76%p / -3.9%p
· 20일 — -2.58%p / -3.9%p
· 60일 — -4.77%p / -4.7%p
표본 6,092건입니다. 시장 중앙값보다 못했습니다. 거래량이 터진 종목을 집는 것이, 그날 아무 종목이나 집는 것보다 나쁘게 끝났다는 뜻입니다.
3. 더 중요한 건 '조일수록 나빠진다'는 것
한 번의 결과는 우연일 수 있습니다. 우연이라면 조건을 바꿀 때 숫자가 들쭉날쭉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습니다.
거래량 배수를 3배에서 12배까지 올려봐도, 20일 안에 몇 번 반복됐는지로 나눠봐도, 신호가 강해질수록 결과는 계속 나빠졌습니다. 20일 안에 네 번 나온 종목은 승률이 기준 대비 -12.6%p까지 떨어졌습니다(표본이 65건으로 적어 아래 그래프에서는 뺐습니다).
신호가 강할수록 결과가 나빠진다는 건, 표본이 튄 것이 아니라 방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4. 그럼 가격까지 급등했으면 어떤가
여기서부터가 이번 조사의 핵심입니다.
거래량이 터진 날의 주가 등락을 구간별로 나눠봤습니다. 60일을 들고 있었을 때 결과는 이렇습니다.
· ±3% 이내 — -4.77%p
· +5~10% — -4.91%p
· +10~15% — -8.29%p
· +15~25% — -12.29%p
· +25% 이상 — -16.03%p
많이 올랐을수록 더 나빴습니다. 어중간하게 급등한 +10~25% 구간이 특히 험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자리에서 플러스가 나왔습니다. 상한가권(+25% 이상)을 1~3일만 들고 있는 경우입니다. 1일 승률이 기준 대비 +8.1%p였습니다. 짧게는 관성이 있고 길게 들면 최악이라는 뜻이라, 여기까지만 보면 "상한가 다음날 짧게 먹고 나오면 되겠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5. 그런데 어디서부터 재느냐를 바꿨더니
같은 데이터를 두 가지로 다시 재봤습니다.
· 그날 종가에 산 경우 (밤새 가격 변화가 수익률에 포함됨)
· 다음날 시가에 산 경우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
종가 기준으로는 상한가권만 플러스(+8.1%p)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시가 기준으로 바꾸자 플러스 칸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상한가권은 -3.5%p로 가장 나쁜 줄이 됐습니다.
제일 좋았던 줄이 제일 나쁜 줄로 바뀐 것입니다. 종목도 날짜도 보유기간도 그대로이고, 재는 시작점만 바꿨습니다.
차이는 전부 밤새 벌어진 갭이었습니다.
· 밤새 갭 — 중앙값 +3.39%
· 종가 → 다음날 종가 — 중앙값 +0.43%
· 다음날 시가 → 종가 — 중앙값 -2.16%
플러스는 장이 닫혀 있는 동안 생겼고, 장이 열린 뒤로는 마이너스였습니다. 그 갭을 먹으려면 상한가 종가에 사야 하는데, 상한가에는 매수 잔량이 쌓여 있어서 체결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수익률을 어디서부터 재느냐가 결론을 바꿉니다. 종가 기준 수익률만 보면, 먹을 수 없는 구간을 성과로 착각하게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쓸모 있었던 교훈이 이것입니다.

6. 그래도 날아간 종목은 있다 — 뭐가 달랐나
전체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신호 28,051건을 결과별로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 60일 +30% 이상 날아감 — 12.2%
· 중간
· 60일 -20% 이하 망함 — 33.8%
날아간 쪽이 12%, 망한 쪽이 34%입니다. 그럼 그 12%는 신호가 난 날에 뭐가 달랐을까요.
먼저 차트와 수급으로 갈라봤습니다. 거의 구분이 안 됐습니다.
· 당일 상승률 — 날아감 6.5% / 망함 7.2%
· 거래량 배수 — 날아감 4.8배 / 망함 5.3배
· 거래대금 — 날아감 49.8억 / 망함 50.1억
· 직전 60일 수익률 — 날아감 18.7% / 망함 23.0%
오히려 망한 쪽이 더 많이 터지고 더 많이 달렸습니다. 신호 당일 차트만 보고는 둘을 가를 수 없었습니다.
7. 갈라낸 건 공시의 종류였습니다
그래서 공시를 봤습니다. 날아간 25종목과 망한 25종목의 신호일 전후(-7일 ~ +3일)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전부 뽑아 비교했습니다.
먼저 뜻밖의 결과 하나. "공시가 있었나"는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망한 쪽이 오히려 공시가 더 많았습니다(88% vs 56%).
갈린 건 공시의 종류였습니다.
· 동력성 공시(수주·공급계약·증설·합병) — 날아감 28% / 망함 4%
· 희석성 공시(유상증자·전환사채) — 날아감 12% / 망함 28%
· 위험 공시(관리종목·거래정지·소송) — 날아감 0% / 망함 16%
실제 사례를 신호일과 함께 적어두겠습니다. 모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시입니다.
동력성 공시가 붙었던 쪽 (신호일 종가 → 60거래일 뒤 종가)
· 대우건설 2026년 1월 16일 —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 4,430원 → 28,600원 (+545.6%)
· 스피어 2025년 12월 9일 —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 8,470원 → 53,500원 (+531.6%)
· 그래피 2025년 11월 10일 — 회사합병 결정 / 13,780원 → 61,100원 (+343.4%)
· 에이치브이엠 2025년 12월 8일 —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 25,800원 → 108,200원 (+319.4%)
· 쎄트렉아이 2025년 11월 26일 —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 49,950원 → 193,800원 (+288.0%)
희석성·위험 공시가 붙었던 쪽
· 모바일어플라이언스 2026년 4월 27일 — 유상증자 + 전환사채 / 2,455원 → 247원 (-89.9%)
· 오가닉티코스메틱 2026년 4월 28일 — 유상증자 + 최대주주 변경 / 11,450원 → 1,561원 (-86.4%)
· 유티아이 2026년 5월 21일 — 전환사채 / 23,000원 → 3,375원 (-85.3%)
· 이오플로우 2024년 12월 3일 — 유상증자 / 10,960원 → 2,070원 (-81.1%)
· 아이톡시 2026년 1월 14일 — 유상증자 / 1,445원 → 312원 (-78.4%)
다만 희석성 공시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조달한 돈이 사업 확장으로 가면 그 자체가 재료가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오른 성호전자(2025년 12월 8일 신호)는 바로 그날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그리고 타법인 주식 양수 결정을 함께 공시했습니다. 3,860원에서 60거래일 뒤 48,000원이 됐습니다(+1,143.5%). 비율로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개별 건은 조달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봐야 합니다.

8. 그런데 절반은 공시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정직하게 한계를 적어두겠습니다. 날아간 25종목 중 11종목(44%)은 신호일 전후에 공시가 아예 없었습니다.
공시가 없었던 11종목은 이렇습니다(신호일 기준).
· 우리로 2026년 1월 20일 — 1,480원 → 12,100원 (+717.6%)
· 삼표시멘트 2025년 12월 9일 — 3,260원 → 20,200원 (+519.6%)
· 페니트리움바이오 2026년 1월 16일 (+508.5%)
· 우리기술 2026년 1월 6일 (+411.8%)
· 원익홀딩스 2025년 8월 4일 (+391.4%)
· 하이젠알앤엠 2024년 11월 7일 (+363.7%)
· 한국피아이엠 2025년 9월 8일 (+355.4%)
· 로킷헬스케어 2025년 9월 5일 (+344.3%)
· 에스피지 2025년 10월 31일 (+343.0%)
· 아주IB투자 2026년 1월 23일 (+332.9%)
· 미래에셋벤처투자 2026년 1월 26일 (+299.7%)
그럼 이 종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거래소 업종 분류로 세어보면 이렇습니다.
· 전기/전자 — 8건 (25종목 중 가장 많음)
· 건설 · IT서비스 · 화학 · 운송장비부품 · 금융 · 일반서비스 — 각 2건
· 유통 · 의료정밀 · 비금속 · 제약 · 금속 — 각 1건
전기/전자가 8건으로 3분의 1을 차지했고, 그중 5건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 사이 석 달에 몰려 있습니다(성호전자 12월 8일, 빛과전자 1월 7일, 코스텍시스 2월 11일, 대한광통신 2월 20일, 가온전선 2월 23일).
금융은 2건인데 둘 다 2026년 1월이고, 사흘 차이입니다(아주IB투자 1월 23일, 미래에셋벤처투자 1월 26일).
시기 쏠림은 더 분명합니다. 날아간 25건 중 21건이 2025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여섯 달에 집중돼 있고, 2026년 1월 한 달에만 7건입니다. 2년 5개월에 걸친 신호 중에서 말입니다.
개별 종목이 잘나서가 아니라, 그 시기에 그 자리에 돈이 몰려 있었다고 보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가장 분명한 장면은 아주IB투자입니다.
· 2026년 1월 23일 신호 — 3,370원 → 60거래일 뒤 14,590원 (+332.9%)
· 2026년 4월 29일 신호 — 16,580원 → 60거래일 뒤 2,585원 (-84.4%)
같은 종목이고, 둘 다 거래량 3배가 넘은 날이었습니다. 석 달 차이로 결과가 정반대였습니다.
신호가 결과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점에 그 자리로 돈이 몰리고 있었는지가 정했습니다.
9. 그럼 거래량은 안 봐도 되나
아닙니다. 쓰는 자리가 다릅니다.
거래량은 확인용으로 강합니다. 어떤 종목이 오랜 박스를 위로 뚫었을 때, 그 돌파에 거래량이 실렸는지를 봅니다. 평소와 비슷한 거래량으로 넘어간 돌파는 다시 밀릴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내려오는데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물량이 나오는 하락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거래량은 "이 움직임을 믿어도 되나"에 답을 줍니다.
반대로 발굴용으로는 약했습니다. 거래량이 터진 종목을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위의 숫자가 나옵니다. 출발점을 거래량에 두면 그 뒤에 무엇을 얹어도 출발점이 결과를 끌고 내려갔습니다. 실제로 60일선 위, 1년 신고가 근접, 1년 신고가 돌파를 각각 얹어봤지만 전부 중앙값 아래였습니다.
10. 저희가 출발점으로 쓰는 자리
같은 방식으로 재봤을 때 반대 방향이 나온 자리도 있습니다.
1년 신고가 돌파 (표본 18,847건)
· 60일 평균 초과 — +9.47%p
· 승률(기준 대비) — +4.8%p
그리고 이동평균선을 다시 넘을 때는 그 선의 기울기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 60일선이 가파르게 하락 중(-5% 이하)일 때 재돌파 — 승률 39%
· 60일선이 평평할 때(-2% ~ +2%) 재돌파 — 승률 55%
같은 '60일선 돌파'인데, 선이 아직 급하게 떨어지는 중이면 부딪혀 밀렸고, 선이 눕고 나서 넘으면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돌파 자체보다 선이 누웠는지를 먼저 봅니다.
11. 정리
· 거래량 급증 단독은 종목을 찾는 근거로 약했습니다
· 조건을 강하게 조일수록 결과는 더 나빠졌습니다
· 가격까지 급등한 경우는 더 나빴고, 유일하게 좋아 보인 자리는 실제로 체결할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 수익률을 어디서부터 재느냐가 결론을 바꿉니다
· 날아간 종목을 가른 건 공시의 종류, 그리고 그 시기의 업종 흐름이었습니다
· 거래량은 이미 찾은 움직임을 검증할 때 강합니다
무엇보다, 많이 쓰이는 지표라고 해서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재보기 전까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쓰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숫자로 확인해서 올려두겠습니다.
※ 본 글에 등장하는 종목명·날짜·주가는 2024년 2월 6일부터 2026년 9월 30일까지의 일봉 데이터와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로 검증한 과거 기록이며, 검증 가능하도록 그대로 적었습니다. 현재 시점의 투자의견이 아닙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로 계산한 결과이며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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